하 늘 에 쓰 는 편 지
그리운 마음을 담은 편지는 위로와 안식을 찾게 합니다.
하늘에쓰는편지 하늘에쓰는편지
게시일
2023-07-12
재현아 안녕,
나 왜 네가 어떻게 그곳에 가게 됐는지도 아직 모르고 있니?
보고싶다.
나 그래도 학원 다닐 때 너랑 제법 친한 사이였다고 생각했는데 왜 학원 끝나고는 한번도 만나자고 안했을까. 너도 왜 나한테 만나자고 안 했어!
네 장례식 날 찾아갔을 때에도, 그래도 제법 지긋하게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 사진 사이로 너무나 새파랗게 어린 청년이 웃으면서 찍은 사진이 껴있는 걸 보고 갑자기 너무 눈물이 났어.
저렇게 어린 애가.. 어쩌다가 벌써 저기에.. 왜.....
사실 나 요즘 너무 힘들어.
여기까지 와서 내 얘기라니 어이없지?ㅎㅎ
근데 너무 힘들어서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은 나도 그쪽으로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, 그럴 때엔 가끔 네 생각이 나.. 그러다가 찾아와 본 거야.
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겠는데, 어떻게 거기는 좀 마음은 편하니..? 자의였더래도 난 너를 질책하지 않을게. 다 이유가 있었겠지...
사실 하고싶은 말이 많았는데 너희 부모님께서 혹시나 이 편지를 발견하시면 불쾌해하실까봐 말을 고르다 보니 하려던 말이 아니라 엉뚱하게 딴길로 새네.
네 덕분에 학원생활도 즐거웠고, 네가 늘 장난스럽게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준 덕분에 나도 널 편하게 대할 수 있었어.
너랑 더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...
정작 너는 이 편지 보지도 못할텐데 왜 이렇게 할 말이 많냐.
그냥... 나라면 이런말이 듣고싶을 것 같아.
네 인생은 헛되지 않았고, 너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했다고. 비교적 짧은 인생이었지만 대신 알찬 삶을 살았으리라 믿어. 삶의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. 대신 살아생전 너는 즐거웠던 날들이 더 많았기를... 사실 궁금한 게 너무 많다.
너무 길어졌나? 이만 쓸게.
다음에 생각나면 또 올게. 그동안 잘 지내.